abs는 2021년 여름의 끝을 공포와 무서운 이야기, (도시와 인터넷) 괴담, 납량으로 붙잡는다. 생각보다 일찍 시원해져 다소 당황스럽긴 하다. 납량 특집은 매해 여름이 돌아오면 TV, 영화, 라디오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준비되던 여름철의 단골손님이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것은 대체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와 관련된 것이었다. 눈에서 초록 레이저를 쏘는 M, 창백한 얼굴에 귀까지 찢어진 검은 입을 한 저승사자, 팔을 쭉 뻗고 콩콩 뛰어다니는 강시 따위의 것들은 공포라는 우리의 원시적인 감각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이에서 공포는 어떻게 혹은 무엇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이제는 공포 영화나 괴담, 귀신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자조적인 어조, 공들여 제작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 혹은 포스트-진실 상황과 교차하여 진지하게 읽어 버리기 등, 어떤 이유든 간에 장재현의 〈검은 사제들〉(2015) 이후로 <심야괴담회>(MBC)까지 때 아닌 오컬트, 공포 장르 붐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abs도 여기에 빠질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2호 「마지막 여름 손님」을 내어놓는다. 소위 ‘납량 특집’이라는 말과 조금이라도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현상과 감각들을 다루는데, 공포나 두려움의 본위를 고민하는 일에서부터 미디어 환경을 맞대어 보는 일까지, 범위를 넓게 두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시작하는 글로는 이지우의 답사기가 준비되어있다. 이지우는 서울랜드 방문에서 느낀 기묘한 감정을 ‘이상함’, 즉 키놉시아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하며 황량한 공포의 오라를 풍기는 시공간의 다양한 사례들을 좇는다. 유진영과 황재민은 의심과 믿음 사이를 오가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진영은 TV와 유튜브의 말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비교하며 도시괴담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황재민은 인터넷 시대의 괴담, 크리피파스타를 살핀다. 크리피파스타의 내러티브가 만들어내는 현실은 새로운 괴담을 위한 새로운 장소가 된다. 그러나 ‘앨런’과 ‘데이지’라는 변종이 이 내러티브의 작동에 브레이크를 가하고 있다. 김얼터는 공포 영화를 선택했다.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와 나홍진의 ⟨곡성⟩을 교차하며 어떤 것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안팎을 더듬어본다. 불가해한 세계와 그것의 무심함을 바라보는 것은 쓸쓸하지만 익숙한 일이다. 잠시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다면 김호원의 ‘납량’ 도전기를 클릭하면 된다. 문자 그대로의 ‘납량’, 즉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그는 현대인의 신체 중 가장 오랜 시간 더위에 갇혀있는 부위인 엉덩이에게 자유를 찾아주고자 한다. 김호원의 글 안에서 엉덩이는 움직이지 않은 채로 공간 ASMR을 통해 약간의 틈을 얻는다.
(lock with ink pen)과 🥠는 abs의 고정 코너로, 2호에는 김무영과 박세영을 초대했다. 전시 ⟪도끼와 모조머리들Axe and dummy heads⟫(2020)과 ⟪I told you I was no good. Bitch, are you sure to make me cry?⟫(2021)에 참여한 김무영은 책 페이지의 경계와 화면을 제어하는 카메라의 조작에서 공포와 죄의식을 발견한다. 그는 편집을 통해 하나의 몸을 두 개로, 두 개의 몸을 하나로 떼어내거나 붙여봄으로써 이 공포를 형상화한다. 한편, 영화와 비디오아트를 공부하고 단편영화 ⟨캐쉬백)(2019), ⟨Godspeed⟩(2020), ⟨금장도⟩(2021)와 비디오 작업 ⟨호텔과 시청 사이에서⟩(2020), 사진집 ⟨Monochrome Valley⟩(2021) 등을 발표한 박세영은 그의 몇 가지 작업에서 감지되는 공포 요소들에 대해 abs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서양에서는 일조량이 적고 습한 겨울철에 납량 특수를 맞이한다고 한다. 스산한 가을 밤의 할로윈이나 하얀 설원에 붉게 물든 핏자국 같은 것을 떠올려 본다. 공포는 언제,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여름의 마지막 손님이자 다가올 추위의 첫 번째 손님으로 즐겁게 반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