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 사실 그렇지 않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의자가 전부 치워지는 것을 올해 처음 보았고 긴급재난문자를 이토록 꾸준하게 받는 것도 처음이었다.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은 낯설었고 크고 작은 폭으로 일상이 바뀌었다. 분명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남아있지만 공동의 경험을 형성한 충격은 없었다. 다만 모든 것이 지나치게 길게 늘어졌고… 종말에 대해 다룬 어떤 시문처럼, 가장 하찮은 효과음을 내며 2020년은 2020년이 되었다.
어딘가에서는 2020년을 통째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농담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긴 변화하는 일상을 적극적으로 ‘이겨내거나’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묘한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2020년이 실재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감춰버리는 방법은 어쩌면 이 해를 대하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그때 함께 지워지는 것은 이를 테면 죽음과, 아무튼 그런 것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굳이 써야 한다면, 그것은 아무튼 이렇게 지워지는 것들을 실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듯한 시간, 치밀한 종합과 결산이 무척 어렵게 보이지만, abs는 2020년을 지나며 각자가 보고 겪은 것을 각자가 보고 겪은 방식대로 되새기기로 한다. 이렇게 ‘창간준비호’ 역할의 0호는 끝에서부터 출발하며, 마무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김얼터는 2020년에 본 회화에 대해 소개한다. 「필링 스트레인지」라는 제목이 붙은 글은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으로 남는 대신 이상한 것으로 남은 회화에 대한 감상이다. 유진영의 경우 2020년을 서바이벌!로 정리하는데, 이 서바이벌!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앞서 미술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서바이벌! OO에서 살아남기」는 미술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감염병 범유행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글이 된다. 그리고 이지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글 속 라이터 불꽃을 바라보는 미상의 인물은 다름아닌 전생체험의 프로페셔널로, 전문가의 안전한 지도를 바탕으로 이지우는 자신의 전시 관람 경험을 돌이키며, 「2018, 2019, 2020」의 시간이 재생된다. 황재민은 2020년에 맞닥뜨린 몇 가지 텍스트를 꼽으며 그것들이 위치했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제목은 「2020년의 텍스트: 지연을 위해 종합하기」이다.
(lock with ink pen)과 🥠는 abs의 고정 코너로, 0호에 초대된 사람은 각각 최보련과 임정수다.
최보련은 2020년 개인전 《while true: do /virga》를 열고 책 『K/OS』를 편집, 발간했다. 글 「공(중)전」에서, 최보련은 선택 가능한 현실 속 제한된 경우의 수가 주체의 가창을 ‘돌림노래‘로 환원하는 구속의 순간, 의식에 앞선 ‘틱(Tic)’과 같은 움직임으로 질서를 어긋나게 만들 가능성을 상상한다. “모든 노이즈는 사전에 계획“되지만, 파열의 방법을 쥐어짜는 것은 결국 예술가가 하는 일이기에.
임정수는 2020년 WESS에서 열린 《10 Pictures》와 아트선재센터의 온라인 프로젝트 〈HOMEWORK〉에 참여하며 국내 활동을 지속했다. 국경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 서울 바깥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과 국경과 상관없이 발표한 작업들을 인터뷰 형식을 경유하여 이야기한다.